'무인양품' 아트 디렉터가 꼽은 일본 토속 호텔들의 파워 [책마을]

입력 2023-03-29 13:40   수정 2023-03-29 13:45

2019년 일본에서 한 디자이너가 '저공비행'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 일본의 특색 있는 장소를 소개하는 60초짜리 영상과 사진을 웹사이트에 올리는 것이다. 마치 낮은 고도에서 비행을 하듯이 일본의 여러 지역을 가까이서 탐험하겠다는 취지였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사람은 하라 켄야. 일본의 대표 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이다. 국내에는 생활용품 브랜드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로 잘 알려져있다. 최근 출간된 <저공비행: 또 다른 디자인 풍경>은 그가 일본 전역을 '저공 비행' 하면서 찾은 디자인 성공 사례를 정리한 책이다.

'지역성에 미래가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그닥 새롭지 않다. 글로벌화가 진행될수록 그 지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오리지널리티(고유성)'가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지역의 오랜 문화와 풍토, 자연환경을 관광자원으로 만들자는 주장은 다른 책에서도 숱하게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참신한 건 '지역성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시설은 과연 무엇일까'에 대한 저자의 대답이다. 그가 내놓은 답은 '호텔'이다. 여행이나 출장 때 하룻밤을 보내기 위해 잠깐 들리는 호텔이 그 지역의 특색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라니, 언뜻 생각하면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주장이다.

하지만 저자에게 호텔은 잠을 자는 공간, 그 이상이다. "잘 만들어진 호텔은 그 지역에 대한 최상의 해석이자, 음미된 풍토 그 자체"라는 게 켄야의 설명이다.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음미하고 해석한 뒤, 건축을 통해 이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일본 가고시마현에 있는 '덴쿠'가 그렇다. 3만 평에 이르는 넓은 땅에 목조 빌라 딱 다섯 개만 설치된 고급 리조트다. 각각의 빌라엔 천장이 탁 트인 나무 테라스가 펼쳐져있다. 테라스 한쪽에는 놓인 노천탕에 몸을 담그면 호텔을 감싸고 있는 기리시마산과 한몸이 된 듯하다. 빌라 근처 얕은 시냇물이 흐르는 곳에는 손님이 식사할 수 있는 테이블도 설치돼있다.

호텔 주변의 대자연 자체가 손님에게 제공되는 공간인 셈이다. 저자는 일본뿐 아니라 피터 줌토, 제프리 바와 등 세계 각국의 건축 거장이 지은 호텔을 풍부한 사례로 제시한다.

그렇다면 이 책이 한국 독자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저자는 한국도 일본처럼 수도에 인구가 집중돼있다가 재택근무 활성화 등으로 지방의 가능성이 떠오르는 상황이라고 말한다. "대도시에선 절대로 경험할 수 없는 훌륭한 풍토와 전통이 지역에 숨쉬고 있을 것"이란 그의 메시지가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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